'살아가는 동안 많은 것을 포기하고, 상흔처럼 달고 있던 포기의 흔적마저 사라지고, 나는 해묵은 흔적들을 모아 책을 낸다.'는 작가 후기에서 보듯 삶의 고단함과 힘겨움을 직설적으로 담아낸 8편의 단편을 수록한 소설집. 저자는 아홉 살짜리 아이의 시선을 통해 우리의 인생 이야기를 철학적, 우화적으로 풀어나감으로써 감동을 선사했던 소설 <아홉살 인생>, 경제 이야기책 <노동자 이야기 주머니>, 대중용 철학책 <철학은 내 친구>나, <반갑다, 논리야> 시리즈 등으로 유명한 위기철 씨다.
이번 단편집에는 1980년대부터 근래에 이르기까지의 시대상을 두루 내포하는 가운데, 80년대의 치열함 속에서 치유할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입은 사람들과,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저자는 이 슬프고 우울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껌 멀리 뱉기를 연마하는 인물, 취객이 다른 사람의 집을 자기의 집이라고 우기는 상황, 직원들에게 유서를 쓰고 관 속에 들어가게 하는 대기업의 작태 등 현실을 풍자한 우스꽝스러운 상황들을 가미시켜 희화적으로 풀어나간다. 특히, 표제작 「껌」에서는 껌 멀리 뱉기 훈련에 몰두하는 사내를 통해 우리는 어떤 일에 가치를 두고 있으며, 그 가치 부여는 과연 정당한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외롭고 슬픈 현실에 자기만의 방식으로 부딪혀가는 개개인의 고통스런 싸움을 통해 우리가 너무 빨리 잊어버렸던 온갖 비인간적인 폭력을 상기시키고, 사치와 허영에 물든 오늘의 삶을 반성케 하는 소설집이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