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책을 먹은 바둑이>, <상계동 아이들>로 아이의 마음을 잘 나타내주던 노경실의 저학년 창작동화집. '갑수는 왜 창피를 당했을까'를 비롯하여 일곱 편의 단편동화들을 실었다.
이 책에 실린 동화들은 어설픈 판타지도 교훈만으로 도배한 동화들도 아니다. 일상생활에서 아이들이 흔히 느끼기 쉬운 한 순간들을 대단히 익살스럽게 잡아내어 보여주는 동화들이다. 그 과정에서 어른들이 그냥 지나가기 쉽던 아이들만의 느낌들을 세심하게 그려놓은 솜씨 또한 일품이다.
표제작 '갑수는 왜 창피를 당했을까'에서는 아이의 일상생활이 유쾌하게 그려진다. 갑수네 반 아이들은 아침에 보게 되는 다섯 사람에게 좋은 말을 해주기로 선생님가 약속을 한다. 갑수는 먼저 엄마에게 좋은 말을 해주고 싶었다. 그런데 그 순간 엄마에게 잘못했던 일과 성적도 나쁘게 나온 것이 생각나 차마 말을 못한다. 아빠에게도, 길에서 만난 거지에게도, 또 짝꿍 미미에게도 갑수는 자신이 없어 이야기를 하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용기를 내 선생님께 좋은 말을 해보지만..
'딱 한 마디 때문에' 역시 어린이들이 학교 생활에서 흔히 겪는 사건이 펼쳐진다. 환경 글짓기 숙제를 하지 못한 승규는 딱 한 마디의 거짓말 때문에 땀을 뻘뻘 흘리며 계속 변명해야하는 상황에 처한다.
동생을 맞게되는 첫째 아이의 마음을 그린 '동생이 생겼어요'는 일반 책과는 이야기 자체가 틀린다. 아이의 음성으로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아이가 좋은 누나가 되고 싶었는데, 마음과는 달리 동생이 얄미워져 엄마가 없는 사이 동생을 살짝 꼬집는 아이의 심리를 그려낸다.
이 밖에 가슴을 찡하게 만드는 이야기 '아카시아'도 빼트릴 수 없다. <고양이>에서 아이의 생생한 표정을 그려내었던 이형진은 이 동화집에서도 아주 익살스럽게 아이의 모습을 잡아내었다. 킥킥대는 표정, 멀뚱한 표정, 심술궂은 표정이 아주 생생하다. 저학년이 읽을 수 있도록 각편의 이야기들은 10쪽 내외로 짧으면서도 알차다. [알라딘 제공 |
